Kiyo를 만든 이유: 계획할 때 생리 주기도 보고 싶어서
몸이 무겁고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면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왜 이러지, 어디가 잘못된 걸까. 하던 일도 더 힘들게 느껴졌고, 평소와 같은 만큼 해내려면 더 애를 써야 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캘린더를 보고 생리 전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그 경험을 PMS로 이해했습니다.

그때 떠오른 건 늘 쓰고 있던 플래너였습니다. 업무도 일상도 캘린더를 보면서 계획하는데, 정작 생리 주기 정보는 따로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두 정보를 함께 봤다면 계획을 세울 때 한 번쯤 제 상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텐데요. Kiyo를 만들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은 그때의 제 경험과 해석을 바탕으로 합니다. 몸이 무겁거나 마음이 가라앉는 날을 모두 생리 주기로 설명하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중에 알아차리던 정보를, 계획할 때 보고 싶었습니다
플래너를 보다가 주기 정보가 필요하면 다른 앱까지 열어 날짜를 맞춰 봐야 했습니다. 그 확인을 할 때마다 제가 먼저 기억해 내야 했고요.
일정을 잡는 순간에는 그 날짜에 이미 무슨 약속이 있는지, 마감이 겹치는지를 보게 됩니다. 제 몸에 관한 정보도 그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뒤늦게 이해하는 데서 더 나아가, 다음 약속을 정할 때 참고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가상의 사용 예입니다. 다음 주 저녁에 약속을 하나 더 잡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캘린더에는 일정이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 생리 날짜를 함께 보니, 자신의 경험상 조금 여유를 두고 싶은 때와 겹칩니다. 약속은 그대로 잡되 앞뒤 저녁은 비워 둘 수도 있고, 상대와 다른 날짜를 이야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불편이 없을 것 같다면 원래 생각한 대로 정하면 됩니다.
이 예시에서 캘린더가 해 주는 일은 날짜와 정보를 같이 보여 주는 데까지입니다. 어떤 선택이 괜찮을지는 각자가 알고 있는 자신의 경험과 실제 사정에 달려 있습니다.
생리를 약속 칸에 넣지 않은 이유
Kiyo에서는 예상 주기 정보를 Monthly의 배경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정을 읽는 동안 함께 눈에 들어오도록 만든 방식입니다. 생리 날짜가 약속처럼 시간을 차지하거나 다른 일정을 밀어내지는 않습니다.
예약된 일정은 언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생리 주기는 그날을 어떻게 계획할지 생각할 때 참고하는 개인적인 정보입니다. 두 정보를 같은 캘린더에서 보되, 서로 다른 의미가 읽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예상 날짜가 보인다고 그날의 몸 상태까지 미리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Kiyo가 기운을 예측하거나 주기 단계에 맞춰 할 일을 배정하지도 않습니다. 색을 보고 계획을 조정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정한 계획을 그대로 이어 가는 선택도 자연스럽습니다.
이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생리 주기를 캘린더에서 보는 방식에서 더 읽을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서도 각자의 쓰임은 남겨 두었습니다
같은 생각은 일정과 할 일, 습관에도 이어졌습니다. 약속 시간은 기억해야 하고, 할 일은 끝냈는지가 중요합니다. 습관은 여러 날에 걸쳐 어떻게 이어 갔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날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모양의 일정이 될 필요는 없었습니다.
Daily에서는 그날의 일정과 할 일, 습관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택해서 켠 주기 정보도 하루를 살필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끝냈는지를 구분하면서 하루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지난날을 돌아보려는 마음도 있습니다. 계획표에 적어 둔 일과 실제로 끝낸 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짧게 남긴 메모나 완료 기록을 나중에 직접 읽어 보면, 다음번에는 어느 정도를 잡고 싶은지 생각할 재료가 됩니다. 주기와의 관계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고, 그날의 다른 사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영향을 주었는지는 기록을 읽으며 스스로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Kiyo가 그런 관계를 자동으로 찾아내거나 원인을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때 지난 경험을 직접 참고할 수 있게, 관련 정보를 함께 두려는 설계입니다.
주기를 켜지 않아도 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제가 겪은 불편에서 출발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정보를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주기를 기록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일정과 할 일만 정리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Kiyo는 주기 기능을 켜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플래너로 만들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계획을 세우는 자리에 주기 정보가 보였으면 합니다. 한 번 더 약속을 잡기 전, 다음 달을 채우기 전, 이미 적어 둔 일정을 살펴볼 때 말입니다. 그 정보를 보고 무엇을 할지는 여전히 자신의 몫입니다.